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204 건
삼성화재해상보험과 삼성생명보험, DB손보와 DB생명, 그리고 KB손보와 KB라이프생명.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이나 다 보험이고 지금은 주력 상품도 보장성보험으로 비슷하다는데, 왜 굳이 따로 있는 것인지 고객은 혼란스럽다. 혼란스럽기는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은행지주회사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보험사를 인수한다고 하면 일단 그러려니 하는데, 생명보험은 가지고 있지만 손해보험사가 없어서 포트폴리오의 완성을 위해 손해보험사를 사야한다고 하면 이건 또 뭔가 싶다. 생보와 손보, 모두 각각의 역할과 투자매력이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이슈다. 오래 전부터 은행과 보험이 한 지붕 아래 함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으며 글로벌 추세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해왔지만, 백 번 양보하면 생명보험은 그래도 나름의 시너지와 명분은 있다. 생명보험을 영어로 'Life & Savings'라고도 하는 데서 나타나듯, 생명보험사의 종신보험, 연금보험, 변액보험 등은 본질적으로 저축의 기능이 강하다. 그래서 생명보험은 본질적으로 자산운용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금융 본연의 기능과 연관성이 높다.
중국에는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이라는 말이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를 세대교체의 비유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더 깊은 뜻이 있다. 앞물결은 모래사장에서 사라지고, 뒷물결도 머지않아 같은 운명을 맞는다. 주인공은 물결이 아니라, 쉼 없이 흐르는 강이다. 투자세계에서는 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 증기기관은 자동차와 전기로, 전기는 인터넷으로, 인터넷은 인공지능으로 이어졌다. 주인공은 바뀌지만 자본시장의 강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강물은 바뀌어도 그 강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는 사실이다. 월가에서는 시장을 하루의 시간흐름에 비유한 투자시계(Investment Clock) 로 이야기한다. 탐욕을 나타내는 정오(12시)는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고 세상은 가장 밝아 보인다. 기업실적은 좋고, 새로운 기술은 미래를 약속하며, 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한 논문에서 자산 가격의 패닉이 스스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 하락하면 손절매를 부르고, 그로 인한 매도는 더 큰 폭의 가격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장의 자산에 대한 신뢰가 강하면 가격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된다. 우량 자산의 가격 하락은 저가 매수를 자극해 가격 하락은 단기에 그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산의 가격은 장기평균 수준을 회복한다. 문제는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할 때다. 자산이 저평가되었다고 믿고 매수했지만 다수의 다른 투자자가 공격적으로 매도해 가격이 폭락하면 매수자는 혼란에 빠진다. 가격이 추가 하락해 손실이 빠르게 증가하면 공포에 사로잡힌다. 폭락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 가격 하락이 또 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에 접어든다. 시장에는 매수세가 실종되고 패닉으로 인한 매도세는 점점 강해진다. 위험을 줄이려고 선택한 손절매와 파생상품이 역설적으로 시장의 패닉을 더욱 확대한다. 시장 패닉은 매수 수요의 증발을 통해 거래 자체가 고갈되는 '유동성 블랙홀' 상태로 이어진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노무현 적통 논쟁'이 벌어졌다. 정청래 전 대표가 자신을 '노무현 키즈'라고 하자, 송영길 의원은 "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졌다"고 반박했다. 정 전 대표가 '100% 허위 사실'이라며 사과를 요구하자, 송 의원은 즉각 사과했다. 하지만 송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저는 한-미 FTA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송 의원은 "제2의 노무현인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고 성공시켜야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적통 논쟁이 반복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반민주적인 폐습이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공격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2002년 대선 때 탈당해 노무현 후보가 아닌 정몽준 후보를 지지했던 과거를 소환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통 논쟁은 '노무현 정신'과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강조했다.
최근 가짜뉴스를 유포해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는 챗봇, 인종?성별을 차별하는 채용 알고리즘, 인명사고를 낸 자율주행차량까지 인공지능(AI)이 초래한 손해와 위험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에서는 AI가 책임의 공백을 만든다는 우려를 인식해 기술 개발 및 배포한 '기업 조직의 행위(Organizational Conduct)'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AI시스템을 통제하지 못한 기업의 과실과 제조물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임구조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이사회에 법적 책임이 이전되는 결과를 낳는다. AI 리스크를 방치해 대규모 손해가 발생한 경우 주주들은 최고경영진과 이사회를 상대로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자율적으로 작동할수록 개인의 구체적인 잘못을 추적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법적 책임의 기준 역시 '사람의 인식이나 과실'에서 '조직의 시스템 설계, 안전장치, 집단적 주의 표준'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사회의 새로운 책무가 요구된다.
산업정책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호남에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짓겠다는 896조원 규모의 투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 본격적인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우리는 익숙했던 국가주도 산업정책에서 멀어져야만 했다. 기업의 역량과 자본규모가 과거에 비해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흐름이 국가의 개입을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국가주도의 많은 산업정책과 계획이 발표되었지만, 큰 방향만 제시할 뿐 세부적인 사항은 기업과 시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점이 과거와 달랐다. 하지만 이제 다시 국가가 주도해 새로운 산업입지를 정하고 그곳에 기업이 투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에서는 철저하게 민간에 의해 산업입지가 결정되고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풍부한 자본과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영국식 경로는 다른 나라들이 모방하기 어려웠다. 부족한 자본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았고,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만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은 7093억 달러로 사상 최초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의 호조에 따른 결과다. 지난 5월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1조 달러, K에 달렸다' 보고서에서 연간 수출액 1조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중심 구조를 넘어 K푸드·K뷰티 등 소비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오징어 게임, 케이팝데몬헌터스 등 K팝·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K푸드·K화장품의 글로벌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식품, 화장품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K-소비재 대표 품목인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124억 달러로 역대 최고였다. 화장품 수출액도 114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243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이 됐다.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류 확산에 따른 인지도 상승, 건강과 웰빙 트렌드 부합, 독창적인 맛과 편의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수출 효자 품목인 '불닭 시리즈'는 단계별 매운 맛, 지역별 한정판, 컵·파우치·프리미엄 등 다층 구조로 제품을 확장해 다양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정년연장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관련 기사마다 논쟁이 뜨겁다. 한쪽에선 "일할 수 있는데 왜 내보내는가?"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 자리가 비워지지 않으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되묻는다. 일할 권리와 일할 기회가 충돌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정을 외치지만 갈등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같은 단어를 쓰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한 조직 안에서 30년을 근속한 고령자에게 정년연장은 노후를 지키는 안전장치다. 반면 취업 문을 두드리는 청년에겐 진입을 막는 장벽이다. 청년의 불안은 정년연장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이 느끼는 위기의 본질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데 있지 않다. 아무리 달려도 앞으로 나아갈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청년들이 문제 삼는 것은 기회의 배분 방식이다. 한국 사회에서 공정 논쟁은 유독 격렬하다. 그 밑바닥에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능력과 노력이 비슷해도 어디에 첫발을 딛느냐에 따라 삶의 궤도가 달라진다.
최근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한국-광둥 협력 자문회의에 참석했다. 오랫동안 광둥과 웨강아오 대만구를 연구해온 필자에게는 협력 가능성을 확인하고 중국의 지방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결할지 되새기는 자리였다. 우리는 중국을 흔히 베이징과 중앙정부를 통해 바라본다. 그러나 중국에서 지방은 결코 변방이 아니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인구 8800만 명이 넘고 경제총량은 15조 위안을 웃돈다. 산업정책과 투자, 기술혁신, 인적교류가 작동하는 현장도 지방이다. 중앙정부 간 대화만으로는 중국이 움직이는 현장을 놓치기 쉽다. 한중 지방교류의 양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양국 지방정부의 자매·우호관계는 700여 건에 달하며, 한국 지방정부의 국제교류에서 국가별 비중이 가장 크다. 그러나 700여 건의 관계를 쌓고도 중국의 어느 지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누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매번 다시 묻는다면 그것을 교류의 축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문제는 접촉의 부족보다 경험이 조직과 사회의 기억으로 남지 않는 데 있다. 필요한 것은 지방정부 간 교류의 확대만이 아니다.
지난 18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6년 회계투명성 평가에서 한국은 70개국 중에서 5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0위에서 5단계 상승했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계투명성은 기업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감사 및 회계 관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기업효율성 34위, 경영관행 49위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과거 회계투명성 순위는 2016년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으로 최하위인 61위까지 추락했으나, 2021년에는 회계개혁으로 37위까지 상승하였다. 2022년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 등으로 53위로 추락한 후 2024년 41위로 다소 개선됐다. 작년 회계개혁 후퇴와 회계법인의 감사보수 덤핑이 심화되면서 다시 60위로 하락했다. IMD 회계투명성 평가 순위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회계는 자본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투명한 회계정보는 경영자와 투자자 간의 정보비대칭을 감소시켜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춘다.
'Bring Your Own Power(BYOP). ' 쓸 전기는 각자 알아서 마련하라는 뜻이다. 손님이 마실 술을 직접 챙겨오는 파티, 'BYOB(Bring Your Own Bottle)'를 빗댄 신조어다. 전력망에 플러그만 꽂으면 되던 시대가 저물고, AI 데이터센터가 제 쓸 전기를 스스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미국 일부 주에선 대형 소비자에게 자체 전원 확보를 요구하는 법안까지 나왔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해법으로 다들 거대한 발전소부터 떠올린다. SMR, 대형 원전, LNG. 그러나 원전은 짓는 데 십수 년이 걸리고, 소형모듈원전(SMR)은 아직 상업화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LNG는 당장 지을 수 있지만 온실가스를 그대로 배출한다. 풍력도 입지가 만만치 않다. 지금 당장, 그것도 깨끗하게 늘릴 수 있는 발전원은 결국 태양광이다. 그리고 그 간헐성을 메우는 짝이 배터리다. 하지만 발전 부지를 갖췄다고 끝이 아니다. 진짜 관문은 그 전기를 수요지까지 잇는 '계통'이다. 미국은 전력설비 자체가 부족해 접속이 수년씩 늦어지지만, 한국의 병목은 다르다.
한국 경제의 성장사는 곧 수출의 역사였다. 좁은 내수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수출은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수출다변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제는 수출 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등 대부분의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제조 품목 수는 글로벌 수출시장의 96%(시장규모 가중 시 99%)에 달하며 220여 국가에 진출해 있다. 사실상 세계 대부분의 시장에서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처럼 새로운 국가를 찾아 수출시장을 넓히는 전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수출은 외연 확대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개별 품목의 글로벌 실질 점유율은 2010년대 후반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가 시장 확대 자체보다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점유율 제고에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