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데일리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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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실제로 독일 공장 4곳을 폐쇄하고, 글로벌 직원 65만7000명의 약 15%에 달하는 10만명을 감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존 게임에 직면한 건 완성차업체는 폭스바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우디는 2029년까지 7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독일 자동차 공장을 방산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통 원인으로 '중국'이 꼽힌다. 독일 자동차업계가 전동화 전환을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 정부는 전기차 업체 육성에 역량을 집중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 끝에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기업만 살아남았다. 중국 업체들이 내수 점유율을 늘려갈수록 독일 업체들의 대중국 수출은 줄어 들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유럽 시장은 핵심 타깃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15%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북 김제시 공덕리의 들판에는 한때 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정부는 공항을 짓겠다며 토지를 사들였지만 경제성 문제로 2005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미 부지 매입비 등을 포함해 500억원에 달하는 국고가 투입된 상태였다. 활주로가 예정됐던 자리는 오랜 기간 배추밭 등으로 임대됐고 지역에서는 이 땅을 '황금 배추밭'이라고 불렀다. 공항 건설이 백지화된 뒤에도 법적 지위는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김제공항 개발 기본계획'을 공식 폐지한 것은 2022년 11월이다. 서울지방항공청의 실시계획 폐지까지 마무리된 것은 이듬해다. 공항 계획이 등장하고 완전히 정리되기까지 25년이 걸렸다. 김제공항 사례는 정책의 결론을 미루는 것에도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추진하지도 완전히 접지도 않은 상태가 길어지는 동안 자산은 묶이고 지역은 다른 선택을 미뤄야 한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통합론도 정부가 가능성만 열어둔 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두 공사의 통합론이 불거질 때마다 현장에서는 본사 위치와 인력·사업 재편, 지방공항 운영 변화를 놓고 우려가 쏟아진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론화가 중단됐지만, 언제 다시 시작할 지는 모르는 형국이다. 이번 탈모 공론화는 '급여화 우선순위'에 대해 전국민이 고찰하는 계기로도 평가된다. 다시 생각해볼 것은 '탈모로 인한 고통의 정도'다. 물론 탈모가 일부 당사자에겐 심각한 심리적 위축과 대인관계의 어려움, 치료비 부담을 초래한다. 탈모를 단순한 외관상 문제로 깎아내리거나 당사자의 고통을 조롱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탈모로 인한 고통을 인정하는 것'과 '탈모치료제를 국민건강보험(건보)의 우선 급여 대상으로 결정하는 것'은 별개다. 건보는 건강할 때 함께 부담하고, 질병 위험과 의료비 부담이 큰 사람에게 필요한 의료를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다. '탈모약 급여화' 논란의 불똥은 '낙태'로도 튀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박주민 의원은 낙태 허용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낙태를 허용했다. 낙태 수술뿐 아니라 약물 복용으로 인한 낙태를 합법화하고, 건강보험도 적용하는 내용이 이들 법안에 담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여전하고 AI시대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호 팹(공장)의 완공 일정을 2년이나 앞당겼다.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환경영향평가 면제 등 가능한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 기업을 보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기업이 속도를 내는 만큼 국회도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기업 경영을 옥죄는 규제를 해제해주길 바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임죄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삼자에게 이익을 주고, 사무 위임자 등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죄'를 의미한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는 구성요건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라 재계에서는 부담을 토로해왔다. 기업 경영 상 합리적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배임죄로 처벌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길 잘했네. " 한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인다는 소식에 지인이 건넨 말이다. 최근 6억원을 대출받아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그는 "조금만 늦었어도 계약을 못 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반면 또 다른 지인은 집을 살 계획을 접었다. 대출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같은 뉴스를 접한 두 사람의 표정은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둘 다 "지금 아니면 평생 집을 못 사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집값보다 심리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는 '나만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를 뜻한다. 주식시장에서 급등하는 종목을 뒤늦게 따라 사는 심리로 자주 등장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대출 한도 축소는 은행의 자체 결정이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금융권 전반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흐름과 맞물리며 이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우리 몸에서 '혈(血)'은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영양분도 혈이 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자본시장에서 혈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돈, 자금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도 정작 필요한 곳에 돈이 흐르지 않으면 건강한 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 변동성이 극에 달한 와중에도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인 9000에 도달할 만큼 뜨거웠다. 그만큼 자금도 넘쳐났다. 지난 6월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만 90조원에 육박했다. 글로벌 주식시장 수익률 1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안고 상반기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지나갔다. 그러나 코스피의 화려함 뒤편엔 코스닥의 그늘이 있다. 코스피 일부 반도체 대형주와 이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이 쏠리면서, 성장기업이 모인 시장은 유동성이 말라붙었다. 실제로 코스닥 거래대금은 한국거래소 기준 올해 초 한때 25조원에 달했지만, 최근엔 6조원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투자자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는 중소·혁신기업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20세기(1999년)에 연구를 시작한 토종 신약이 국내 품목허가 취소란 아픔을 딛고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의약품)로 부활할 수 있을까. 이달 공개 예정인 TG-C의 미국 임상 3상 톱라인(주요지표)에 이목이 쏠린다. TG-C 미국 임상 3상의 핵심은 무릎 골관절염의 통증 완화와 기능성 개선 여부다. 앞서 실시한 국내 임상 3상과 미국 2상에서 입증한 효능을 재현하면 성공이다. 실패 위험이 구조적으로 크지 않단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TG-C의 성공은 K-바이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하나의 큰 이정표다. 주사액 세포 성분 기원 착오로 인한 국내 품목허가 취소와 미국 임상 3상 중단 등 험난한 연구개발 과정을 차치하더라도 TG-C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TG-C가 미국 임상 3상에 성공하고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전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로 등극한다. 지난 20년간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가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달 증시가 열린 21거래일 중 12거래일에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 등의 시장 조치가 이뤄졌다. 하루 건너 하루 이상으로 시장 조치가 단행될 정도의 높은 변동성으로 시장이 움직였다는 뜻이다. 7월 들어서도 거래가 열린 사흘 중 이틀이나 사이드카가 울렸다. 올해 코스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사이드카는 48회, 서킷브레이커는 7회 발생했다. "이렇게 오래, 극심하게 변동성이 이어지는 장은 본 적이 없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소수종목으로의 쏠림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도입을 꼽는다. 지난 3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3538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53. 5%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36. 1%에서 17. 4%포인트 상승했다. AI(인공지능)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지면서 주가도 빠르게 올랐다.
착각하지 말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고 해서 우리 모두의 삶이 부유해진 건 아니다. 누군가는 막대한 성과급과 주식 대박에 환호하지만 더 많은 이들의 월급은 제자리다. 물가와 전월세가 올랐고 청년층 일자리도 줄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나라 경제엔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더 가난해졌을지 모른다. 기회를 놓쳤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불안까지 겹치면 호황은 더 이상 희망의 언어가 아니다. 반도체 기업의 엄청난 이윤을 탓하자는 건 아니다. 한국 경제가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공급망으로 기회를 잡았다는 점은 엄청난 기회다. 문제는 '호황의 비용'을 우리 사회가 함께 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다. 가격이 오르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자동차와 가전제품 값도 모두 상승 압박을 받는다. 누군가는 반도체 값이 올라 돈을 벌지만 누군가는 더 비싼 완제품을 사야 한다는 얘기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D램(DRAM) 가격은 지난 1분기 최대 98% 올랐고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시절 세제실과 예산실의 관계는 오묘했다. 국가 회계의 관점에서 돈을 버는 곳(세제실)과 쓰는 곳(예산실)의 정책 철학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오랜 기간 예산실과 세제실에서 일한 공무원들의 성향도 달라 보였다. 하지만 기재부라는 한 지붕 아래에선 이런 차이가 부각되지 않았다. 올해 초 기재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자 균형은 깨지기 시작했다. 재경부는 경제정책과 세제, 국제금융을 중심으로 꾸려졌고, 기획처는 예산과 미래전략 업무를 맡았다. 과거 세제실과 예산실처럼 정책 목표는 같지만, 이를 실현하는 수단은 달랐다. 재경부와 기획처는 출범 초기부터 미묘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재경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2045년 광복 100주년'이라는 화두를 꺼내 들었다. 광복 100주년에 맞춰 '경제도약 액션플랜'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긴 호흡의 중장기 전략은 원래 기획처가 중요하게 여겨온 업무 영역이다. 실제로 기획처 역시 중장기 국가전략인 '미래비전 2050' 수립 계획을 경제성장전략에 담았다.
"올해 예비타당성조사에 올리지 못하면 또 1년이 늦어집니다. "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실 주최로 열린 '우주상황인식(SSA) 포럼'에서 김시몬 공군 우주센터장(대령)이 한 말이다. 국내 우주 감시 역량 확보가 예타 지연으로 또다시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황을 감시·분석하는 SSA 인프라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사업 일정이 늦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급변하는 우주 안보 환경 속에서 독자적인 우주 정보를 확보하고, 국제 협력 체계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느냐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동안 미국은 동맹국들과 우주 감시 정보를 공유해 왔지만 최근에는 각국이 자체 역량을 확보하고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우주를 감시하고 분석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향후 우주 안보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발사체 경쟁도 마찬가지다. 전천후 지구관측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6호(아리랑 6호)는 유럽 발사체 '베가-C'에 함께 탑재될 이탈리아 위성 개발 지연으로 발사가 2027년 2분기로 미뤄졌다.
요즘 국내 주식시장은 "국가가 공인한 도박판 아니냐"는 씁쓸한 반응이 나온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종목 ETF(상장지수펀드) 중에서 특정 종목의 경우 하루 매매회전율이 1200%인 적도 있다. 하루만에 전체 물량의 12차례 거래된 것이다. 삼전닉스 ETF는 출시 한달만에 시가총액 14조원을 돌파하며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인다. '초대박 흥행'에 증권사 수수료 수입만 연간 최대 1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서 "이자장사" "잔인한 금융"으로 두들겨 맞은 5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4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증권사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는 공휴일"이란 말까지 나온다. 하루라도 휴장하면 거액의 수수료를 벌 기회가 날아가서다. 이찬진 원장은 대놓고 '도박판의 뽀찌(도박에서 번 돈의 일부를 주변에 나눠주는 것) 뜯는 사람'에 비유한다. 신용융자, 증권담보대출, 신용대출과 레버리지 기반 개인투자금이 419조원으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28조원 급증했단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