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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경제, 기술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흐름을 전달합니다. 복잡한 글로벌 이슈를 쉽게 풀어내 독자들이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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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의 영은사(靈隱寺)는 곧 입장이 마감된다. 비는 내리고 있고, 번화한 상점과 식당들이 몰려 있는 거리에서 얼마 안 떨어진 사찰 입구에서는 무인 확성기가 한 문장을 끝없이 반복한다. "존경하는 방문객 여러분, 입장을 위해 예약 내역을 준비해 주십시오. " 사찰에 들어가 모퉁이를 돌아서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수도원이나 주교 관저를 둘러싼 듯한 높은 노란 담장이 이미 그런 분위기를 예고한다. 석굴과 불상 암각을 지나, 새롭게 단장한 사찰의 전각과 마당으로 들어서자 방문객들은 특유의 기도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처음 이곳을 찾았다는 18세 린샹루이는 "이게 바로 우리 중국인들의 모습"이라며 "불교 사찰이든 도교 사원이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서기 4세기에 창건된 불교 사찰 영은사는 영어로는 "Temple of the Soul's Retreat(영혼의 안식처)"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 중 하나다. 현재 입장료는 무료지만, 몰려드는 방문객을 분산시키기 위해 사전 예약이 의무화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앉아 있다가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루비오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로 영구 파견하면 어떨까. 미군 특수부대는 이곳에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중 가장 자랑스러운 외교정책 성과인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의 생포를 수행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루비오 장관이 베네수엘라의 차기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보좌진은 대통령이 농담을 한 것이며 대통령이 자주 루비오 장관에게 해외 보직을 맡기겠다고 놀린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루비오 장관은 카라카스로 옮겨 갈 필요도 없다. 그는 이미 워싱턴DC에서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고 있다. 미군이 마두로 대통령의 침실 문을 폭파해 열고 한밤중에 그를 잡아간 지 6개월 후, 루비오 장관은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총독이 됐다. 2003년 미군 점령하의 이라크를 통치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도착한 폴 브레머 연합군 임시행정처장 이후 미국 당국자가 주권국가에 이처럼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보험계리사이자 학자인 에릭 스톨러드는 미국 노년층의 치매 발병률을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연구 결과에 너무 놀란 나머지 검증을 거듭하느라 이 주제에 관한 첫 논문의 발표를 2년 반이나 미뤘다. "완전히 확실하게 하고 싶었어요. " 그는 수치가 모든 예상을 뒤엎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한다. 수치는 미국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치매의 재앙에 직면했다는 통념을 뒷받침하기는커녕 치매에 걸리는 노년층의 비율이 실제로는 빠르게 줄고 있음을 보여줬다. "감소 폭에 충격을 받았어요. " 스톨러드는 말한다. 스톨러드는 10년에 걸쳐 이 놀라운 발견을 입증해 왔다. 연구 결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한층 더 놀라워졌다. 스톨러드와 동료들은 2025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0년 전에는 85~89세 미국인 10명 중 3명이 치매를 앓았지만 2024년에는 그 비율이 10명 중 1명에 그쳤다. 더욱이 이런 추세의 혜택을 보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의 프랑크 볼터스와 그 동료들이 약 5만 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988~2015년 북미와 유럽 6개국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노년층의 비율은 10년마다 13%씩 감소했다.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드론 공격이 러시아 국민 대부분에게 전쟁의 현실을 체감시키면서, 러시아 전역의 연료 부족 사태가 푸틴 대통령에게 새로운 정치적 도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수년간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왔지만, 최근에는 공격에 사용한 드론과 미사일의 수와 화력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시베리아에 위치한 튜멘의 약 1930km 떨어진 정유시설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됐으며, 두터운 방공망을 뚫고 모스크바의 핵심 정유시설을 파괴한 6월 18일의 대담한 공격도 감행했다. 이 공격은 현재의 연료 위기가 본격화되는 전환점이 됐다. 베를린의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이자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 가스프롬 네프트의 전략총괄 출신인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6월 20일 현재 러시아 전체 정유 능력의 약 28%가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추산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가 발사할 수 있는 드론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결과"라며 "문제는 이제 수송의 어려움이나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연료 자체가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6월 중순, 미국 정부는 선도적인 프론티어 AI 모델인 페이블5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미 행정부의 조치는 국내 사이버보안상의 이유 때문이었으나 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출통제를 선택했다. 수출통제는 단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검이었다. 동맹국들에 미치는 영향--두려움, 혼란, 소외감--은 목표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전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2026년의 AI 정책에서 너무나 무력해 단순한 미국 국내 정책의 부수적 피해만으로도 프론티어 AI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 미 정부에 항의하거나 협상하려는 다른 국가들의 시도들은 슬픈 오해를 드러낸다. '분명 우리에게 이렇게 나쁜 일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 하지만 페이블 사태가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미국의 AI 도약은 기술에서 정책, 그리고 정치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나머지 국가들을 뒤처지게 만들고 있다. 나는 미국의 미성숙한 AI 정책의 변덕에 과잉반응하지 말라고 경고해왔으며 여전히 이를 통제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남동부 장시성(江西省)의 도시 잉탄(鷹潭)에서는 중국의 첨단기술 미래가 경제적으로 낙후된 과거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재래식 노천시장과 길가의 식당들은 이곳을 중국 내륙의 평범한 지방 도시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도시 남쪽의 산업단지에는 산업 디지털화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첨단 기술의 분위기를 풍긴다. 통신관련 국책 연구소도 이곳 인근에 최첨단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곳 시 정부는 낡은 구리 산업을 첨단 기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고급 부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잉탄이 첨단기술에 걸었던 승부수는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25년 이 도시의 1인당 GDP는 성도(省都)인 난창(南昌)을 넘어섰다. 10년 전만 해도 성도보다 25% 낮았던 수준이었다. 그러나 잉탄 경제는 여전히 부동산 경기 침체와 2010년대 초부터 시 정부가 쌓아 온 막대한 부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러한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는 서로 동떨어져 보인다.
중국 중부에 위치한 샤니(Sany, 三一重工)의 트럭 공장 작업장에서는 차량 패널을 압착하고 도장하는 로봇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사람들의 대화를 사실상 대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노동력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최종 조립 공정까지 자동화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해, 로봇공학의 최전선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후난성 창사에 본사를 둔 샤니 트럭의 황톄 부총경리는 "중국의 인구구조는 변화하고 있으며 인구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는 인간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인구구조 변화--고령화가 진행되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으로 진행될 전망--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의 역풍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약 10억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중국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100년에는 3억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감소는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는 것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10년 전, AI 혁명이 본격적인 속도를 내기 시작했을 당시 인문·예술계 학생들은 취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조언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에는 오히려 프로그래머들이 AI에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철학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해 초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철학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동년배보다 취업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가 집계된 가장 최근 연도인 2024년 기준으로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7%였던 반면, 철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5. 1%에 그쳤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AI 기업들에 의해 앞다퉈 채용되고 있다. 루치아노 플로리디 예일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하기도 전에 입사 제의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학자들의 인력 이동도 이어지고 있다. 플로리디 교수는 철학과 교수진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는 규모를 "출혈"에 비유한다.
작년 몇 달 동안, 식어버린 결혼 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35세의 우크라이나 주부는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 어딘가에 주둔하고 있는 체첸 사령관 아흐마드와 왓츠앱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둘은 일상과 실망감에 대해,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성은 전선 상황에 대해 물었다. 아흐마드는 말해주었다. "사진을 보내줘요. " 그녀가 말했다. "당신의 삶을 보고 싶어요. " 어느 날 오후, 아흐마드는 막사 안에서 자신과 다른 군인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들 뒤 벽에는 부대의 위치를 보여주는 기지 지도가 꽂혀 있었다. 주부는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에서 일하는 세르히라는 이름의 중년 장교였다.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해 파견된 이들로부터 기밀을 캐내려는 조직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 "세르히는 플러팅에 탁월했어요. " 세르히의 지휘관이 내게 말했다. "팀원들이 세르히에게 연애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죠. " 아흐마드가 그 사진을 보낸 직후, 사진에 노출된 좌표는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무더운 5월의 오후, 부퍼탈 인근에서 '매머드'라는 별명을 가진 거대한 궤도갱신 열차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노선 중 하나를 따라 조금씩 이동하며 낡은 침목, 자갈, 레일을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하고 있다. 독일에서 첫 상업용 열차가 운행된 지 거의 200년이 된 지금, 이 작업은 국가 철도망을 재건하려는 역사적인 노력의 일환이자 정부가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1조 유로(1760조 원) 규모의 획기적인 지출 계획에서 우선순위 사업이다. 독일 철도는 너무 신뢰성이 떨어져서 패트릭 슈나이더 교통부 장관은 시민들이 국가의 기본 서비스 제공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면 민주주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지난 3월에 경고했다. 독일 장거리 열차 중 제시간에 도착하는 비율은 20년 전의 84%에서 60%로 떨어졌다. 작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에 따르면, 국영 철도 회사인 도이치반은 가장 신뢰성이 떨어지는 영국 열차 운영사보다도 실적이 저조했다. 수년간의 투자 부족으로 인해 시간은 촉박하다. 현장 노동자들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 모두에게 그렇다.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야의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은 중남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과 정책 우선순위에 더욱 깊이 보조를 맞추는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안데스 지역에서 중앙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자유시장 경제정책과 강경한 치안 전략을 핵심으로 내세운 포퓰리즘적 공약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도자들이 잇따라 집권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은 수년간의 저조한 경제성장에 대한 불만, 그리고 일부 국가들에서 초국가적 조직범죄가 급증한 데 따른 정권교체 정서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이민 단속 정책과 마약퇴치 공동작전에 기꺼이 협력하려는 파트너 국가들의 전례 없는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됐다. 이 같은 이념 진영은 미국에 중남미에서의 중국의 경제적 팽창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균형추 역할도 하고 있다. 중남미의 양대 국가인 브라질과 멕시코는 여전히 좌파 정부가 집권하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트럼프와 실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텐트를 챙기고 장화를 닦으며 궐련을 마는 등, 덴마크 동부에서는 6월 27일에 시작되는 쾌락주의적인 음악·문화 축제 로스킬레 페스티벌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라인업은 어느 때보다 다국적이다. 더 큐어(영국), 애디슨 레이(미국), 블랙핑크의 제니(한국)를 비롯해 호주의 포크 비치 트리오부터 탄자니아의 필리 필리 걸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페스티벌 참가자들의 개인 플레이리스트를 엿들어 보면 더 로컬한 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2025년 덴마크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 10곡 중 9곡은 덴마크 가수들이 덴마크어로 열창한 노래였다. 최고의 히트곡은 덴마크 가수 오마르와 뭄레의 '헬레 베옌'('끝까지')이었다. 글로벌 스타의 시대에, 국민 상당수가 영어에 능통한 600만 덴마크인들이 주로 자국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놀랍게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꽤 최근까지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2019년 덴마크 인기곡 20곡 중 덴마크어 노래는 5곡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그 수치가 18곡으로 늘어났다.